전세는 한 사람의 전 재산이 걸린 계약인데 배울 기회가 없습니다. 그래서 인터넷에는 「이것부터 하세요」 목록이 많은데, 정작 그 순서가 왜 그런지는 잘 안 나옵니다. 조문을 열어 보면 요건과 권리가 따로 정해져 있고, 하나씩 쌓이는 구조입니다.
1. 뭘 갖춰야 하나. 인도 + 주민등록이면 대항력이 생기고(제3조①), 여기에 확정일자가 붙어야 우선변제권이 생깁니다(제3조의2②). 두 권리는 서로 다른 조문이고 요구하는 것도 다릅니다 — 확정일자만 받아 두면 절반입니다.
2. 위험은 없나. 확정일자를 받았어도 집을 비워 주지 않으면 보증금을 받을 수 없습니다(같은 조③). 「돈 받고 나가겠다」가 조문상 성립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3. 그래서 어떻게 하나. 그 때문에 임차권등기가 있습니다 — 등기를 마치면 이사를 나가도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이 유지됩니다(제3조의3⑤). 대항력은 「그 다음 날부터」 생기니 잔금과 전입신고를 같은 날에 하고, 그날 확정일자까지 받는 것이 순서입니다.
뭘 갖추면 무슨 권리가 생기나
제3조제1항 임대차는 그 등기(登記)가 없는 경우에도 임차인이 주택의 인도(引渡)와 주민등록을 마친 때에는 그 다음 날부터 제삼자에 대하여 효력이 생긴다.
제3조의2제2항 제3조제1항 … 의 대항요건과 임대차계약증서상의 확정일자를 갖춘 임차인은 … 경매 또는 … 공매를 할 때에 임차주택(대지를 포함한다)의 환가대금에서 후순위권리자나 그 밖의 채권자보다 우선하여 보증금을 변제받을 권리가 있다.
| 갖춘 것 | 생기는 권리 | 근거 |
|---|---|---|
| 인도 + 주민등록 | 대항력 — 집이 넘어가도 계속 살 권리 | 제3조제1항 |
| + 확정일자 | 우선변제권 — 경매·공매에서 후순위보다 먼저 | 제3조의2제2항 |
| + 임차권등기 | 위 두 권리가 이사를 나가도 유지 | 제3조의3제5항 |
조문에 「0시」라는 말이 없습니다. 제3조제1항은 「그 다음 날부터」까지입니다. 「전입신고 다음 날 0시」라는 설명이 널리 쓰이지만 이 조문에서 나온 표현이 아닙니다 — 우리도 예전에 그렇게 적었다가 조문을 열어 보고 지웠습니다.
그래도 「다음 날」이라는 시차 자체는 조문 그대로입니다. 잔금을 치른 그날 집주인이 대출을 새로 받으면 그 근저당이 앞설 수 있는 구조가 여기서 나옵니다.
조문은 「인도와 주민등록」 둘 다를 요구합니다. 전입신고만 하고 실제로 들어가 살지 않으면 요건을 채우지 못합니다.
확정일자만 받으면 되나
이 조항이 실무에서 가장 자주 빠집니다.
제3조의2제3항 임차인은 임차주택을 양수인에게 인도하지 아니하면 제2항에 따른 보증금을 받을 수 없다.
「먼저 받고 나간다」가 아니라 「나가야 받는다」입니다. 경매에서 배당을 받으려면 집을 넘겨준 사실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보증금을 못 받은 채로 이사를 나가면 대항요건(인도·주민등록)이 깨집니다. 이 모순을 푸는 것이 다음 조문입니다.
두 조문을 나란히 놓으면, 왜 임차권등기가 따로 있어야 하는지가 보입니다.
보증금 못 받고 이사해야 하면
제3조의3제1항 임대차가 끝난 후 보증금이 반환되지 아니한 경우 임차인은 임차주택의 소재지를 관할하는 지방법원·지방법원지원 또는 시·군 법원에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할 수 있다.
제5항 임차인은 … 임차권등기를 마치면 제3조제1항 … 에 따른 대항력과 제3조의2제2항에 따른 우선변제권을 취득한다. 다만, 임차인이 임차권등기 이전에 이미 … 취득한 경우에는 그 대항력이나 우선변제권은 그대로 유지되며, 임차권등기 이후에는 … 대항요건을 상실하더라도 이미 취득한 대항력이나 우선변제권을 상실하지 아니한다.
제8항 임차인은 … 임차권등기명령의 신청과 그에 따른 임차권등기와 관련하여 든 비용을 임대인에게 청구할 수 있다.
제5항 단서가 핵심입니다 — 등기를 마치면 이사를 나가 전입신고를 옮겨도 이미 취득한 권리가 살아 있습니다. 「보증금을 못 받았으니 못 나간다」는 상황을 푸는 유일한 조문입니다.
신청 요건은 「임대차가 끝난 후 보증금이 반환되지 아니한 경우」입니다. 계약 기간이 끝나야 신청할 수 있습니다.
제8항 — 등기 비용을 집주인에게 청구할 수 있습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조항입니다.
제6항은 반대편도 정합니다 — 임차권등기가 끝난 집에 그 뒤에 들어온 임차인은 최우선변제를 받을 권리가 없습니다. 등기부에 임차권등기가 보이면 그 집은 피하는 게 맞습니다.
최우선변제는 누가 받나
보증금이 일정액 이하이면 순위와 무관하게 먼저 받는 제도가 있습니다. 금액은 법이 아니라 시행령에 있습니다.
| 지역 | 대상 보증금 (제11조) | 먼저 받는 금액 (제10조①) |
|---|---|---|
| 서울특별시 | 1억 6,500만원 이하 | 5,500만원 |
| 과밀억제권역(서울 제외)·세종·용인·화성·김포 | 1억 4,500만원 | 4,800만원 |
| 광역시(과밀억제권역·군 제외)·안산·광주·파주·이천·평택 | 8,500만원 | 2,800만원 |
| 그 밖의 지역 | 7,500만원 | 2,500만원 |
(두 조문 모두 <개정 2023. 2. 21.>이 마지막입니다)
두 숫자를 섞으면 안 됩니다. 서울이면 보증금 1억 6,500만원까지가 대상이고 그중 5,500만원을 먼저 받습니다. 「5,500만원 이하여야 한다」가 아닙니다.
그런데 제10조에 제한이 셋 더 있습니다 — ② 주택가액의 2분의 1이 천장이고, ③ 임차인이 2명 이상이면 그 한도를 비율로 나눕니다, ④ 가정공동생활을 하면 1명으로 합산합니다.
대입해 보면 — 집값 3억, 소액임차인 8세대면 8 × 5,500만 = 4억 4,000만인데 천장이 1억 5,000만이라 1인당 약 1,875만원입니다(직접 계산). 다가구·원룸에서 「나는 5,500만원 확보」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자세한 것은 주택임대차보호법 편과 전세사기 예방 편에 있습니다.
「이사 당일에 셋을 한꺼번에」라는 말의 근거를 날짜 축에 올려 봤습니다.
그래서 어떤 순서로 하나
| 언제 | 무엇을 | 왜 (조문) |
|---|---|---|
| 계약 전 | 등기부등본에서 선순위 근저당·임차권등기 확인 | 제3조의2②의 순위, 제3조의3⑥ |
| 계약할 때 | 계약서에 확정일자를 받을 수 있게 원본 보관 | 제3조의2② — 계약증서상 확정일자 |
| 이사 당일 | 실제 입주 + 전입신고 + 확정일자를 같은 날 | 제3조① + 제3조의2② |
| 계약 끝났는데 못 받았을 때 |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후 이사 | 제3조의3①⑤ — 순서가 반대면 권리가 깨집니다 |
「이사 당일에 셋을 한꺼번에」인 이유가 조문에 있습니다 — 대항력은 인도와 주민등록을 요구하고(제3조①), 우선변제권은 그 대항요건에 확정일자를 더하라고 합니다(제3조의2②). 하나라도 늦으면 그날부터가 아니라 늦은 날 기준이 됩니다. 전입신고가 실제로 들어갔는지는 등본으로 확인합니다 — 떼는 방법은 주민등록 등·초본 편에 있습니다.
계약을 앞두고 자주 갈리는 것
확정일자만 받으면 되나요
안 됩니다. 제3조의2제2항은 「대항요건과 … 확정일자를 갖춘 임차인」이라고 둘을 함께 요구합니다. 대항요건은 제3조제1항의 인도 + 주민등록입니다. 셋이 다 있어야 우선변제권입니다.
「집값의 70%」 기준은 법에 있나요
없습니다. 「선순위 채권 + 내 보증금이 시세의 70% 이하면 안전」은 널리 쓰이는 경험칙이지 조문의 숫자가 아닙니다. 이 글에서는 근거를 확인하지 못해 기준선을 적지 않았습니다. 조문이 정하는 것은 순위이지 비율이 아닙니다.
전세보증보험은 이 법에 있나요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보증보험 조항이 없습니다. 별도 기관의 상품이라 이번에 그 근거는 열지 않았습니다. 조문으로 말할 수 있는 것은 대항력·우선변제권·최우선변제·임차권등기까지입니다.
보증금을 월세로 돌리자고 하면
상한이 있습니다. 법 제7조의2가 「다음 각 호 중 낮은 비율」이라는 구조만 정하고 숫자는 시행령 제9조에 있습니다 — 연 1할과 기준금리 + 연 2퍼센트 중 낮은 쪽입니다. 전환율 편과 전월세 전환 계산기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반전세는 뭐가 다른가요
보증금을 낮추고 월세를 얹는 구조라 소액임차인이 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그만큼 제10조제3항(임차인이 여럿이면 비율 분할)에 정면으로 걸립니다. 반전세 편에 따로 정리했습니다.
전세 체크리스트의 순서는 관행이 아니라 조문에서 나옵니다. 인도와 주민등록이 대항력을, 거기에 확정일자가 우선변제권을 만들고, 임차권등기가 그 둘을 이사 뒤까지 끌고 갑니다.
근거로 삼은 자료
-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 법령 원문 —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2(보증금의 회수). 제2항의 「대항요건과 … 확정일자를 갖춘 임차인」과 제3항 「임차주택을 양수인에게 인도하지 아니하면 … 받을 수 없다」의 원문입니다.
-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 법령 원문 — 같은 법 제3조의3(임차권등기명령). 제1항 신청 요건, 제5항 「대항요건을 상실하더라도 … 상실하지 아니한다」, 제6항 후순위 임차인의 최우선변제 배제, 제8항 비용 청구의 원문입니다.
-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 법령 원문 — 같은 법 제3조(대항력 등). 「주택의 인도와 주민등록을 마친 때에는 그 다음 날부터」의 원문이며, 이 조문에 「0시」가 없다는 근거입니다.
-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 법령 원문 — 같은 법 시행령 제10조(보증금 중 일정액의 범위 등). 지역별 먼저 받는 금액과 주택가액 2분의 1 한도·임차인 여럿일 때 비율 분할·가정공동생활 합산의 원문입니다. 대상 보증금 구간은 같은 시행령 제11조에 있습니다.
더 확인할 곳
- 지역별 최우선변제 금액과 보증금 상한. 시행령 제10조·제11조가 정하지만 지역 구분과 개정 시점에 따라 달라집니다 — 국가법령정보센터의 시행령 별표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계약 시점 기준값을 확인하세요.
- 임차권등기의 신청 절차·비용·소요 기간. 제3조의3은 효력까지만 정하고 절차는 대법원규칙 소관입니다 — 대법원 인터넷등기소와 관할 법원 민원실에 신청 서식이 있습니다.
- 보증금을 못 받았을 때의 실제 회수 절차. 조문은 권리의 순위까지만 정합니다 — 대한법률구조공단(132)과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가 무료로 상담·조정합니다.
2026년 8월 기준으로 작성했습니다. 인용문은 모두 국가법령정보센터의 조문 원문 그대로이며, 확인하지 못한 것은 위에 따로 적었습니다. 개별 계약은 등기부 상태와 선순위 채권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므로, 계약 전에 대한법률구조공단(132)이나 공인중개사·법무사에게 확인하세요.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이며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