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할 때 “퇴직연금 DB형이요, DC형이요?”라는 질문을 받고 아무거나 골랐던 기억, 흔합니다. 그런데 이 한 칸이 퇴직할 때 손에 쥐는 금액을 바꿉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이 고른 뒤 다시는 열어보지 않는다는 것이 더 큰 문제예요.
1. 나한테 얼마인가. 퇴사할 때 일시금과 연금의 차이가 10%p입니다 — 퇴직소득세가 10년 차까지 30% 감면, 11년 차부터 40% 감면이에요. 10년을 채우고 나서가 더 유리합니다.
2. 위험은 없나. DC형의 가장 흔한 실수가 예금에 방치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IRP는 수수료가 비싸다」는 통념은 통계와 반대였어요 — 고용노동부 통계에서 IRP가 수익률은 가장 높고 총비용은 가장 낮았습니다.
3. 그래서 어떻게 하나. 이 한 칸이 퇴직할 때 손에 쥐는 금액을 바꾸는데, 대부분 고른 뒤 다시 열어보지 않습니다. 지금 내 것이 DB인지 DC인지, DC라면 무엇에 들어가 있는지부터 확인하세요.
DB와 DC — 정부 정의부터
고용노동부 퇴직연금 안내 페이지에 두 제도가 이렇게 정의돼 있습니다.
확정급여형(DB) — “근로자가 퇴직할 때 받을 퇴직급여가 사전에 확정된 퇴직연금 제도입니다.”
확정기여형(DC) — “사용자가 납입할 부담금이 매년 근로자 연간 임금총액의 1/12로 사전에 확정된 퇴직연금제도입니다.”
정의를 뜯어보면 무엇이 미리 정해지는가가 다릅니다. DB는 받는 돈이 정해져 있고, DC는 넣는 돈이 정해져 있어요. 그래서 DB는 운용 결과와 무관하게 금액이 나오고, DC는 운용 결과가 그대로 내 잔고가 됩니다.
| 구분 | DB형 (확정급여형) | DC형 (확정기여형) |
|---|---|---|
| 미리 확정되는 것 | 받을 퇴직급여 | 회사가 넣는 부담금(연간 임금총액의 1/12) |
| 운용 주체 | 회사 | 본인 |
| 운용 손익 | 회사가 부담 | 본인에게 귀속(원금 손실 가능) |
| 유리한 경우 | 임금상승률이 높고 승진이 예정된 경우 | 임금피크제가 있거나 직접 운용할 의지가 있는 경우 |
| 추가 납입 | 불가 | 가능 |
판단 기준은 단순합니다. 내 마지막 급여가 계속 오를 것 같으면 DB, 임금이 정체되거나 꺾일 것 같고 직접 굴릴 생각이 있으면 DC입니다. 임금피크제가 걸린 회사에서 DB를 그대로 두면, 피크제로 깎인 마지막 급여가 퇴직금 계산의 기준이 되어 버립니다.
통계가 뒤집은 통념 — IRP가 가장 쌌습니다
고용노동부가 2024년 5월에 낸 퇴직연금 통계 보도자료(2023년말 기준)에 제도유형별 수익률과 총비용부담률이 함께 실려 있습니다.
| 제도 | 연간 수익률 | 총비용부담률 |
|---|---|---|
| DB (확정급여형) | 4.50% | 0.323% |
| DC (확정기여형·기업형IRP) | 5.79% | 0.508% |
| IRP (개인형) | 6.59% | 0.318% |
비용이 가장 높은 쪽은 IRP가 아니라 DC(0.508%)였고, IRP는 0.318%로 셋 중 가장 낮았습니다. 수익률까지 IRP가 가장 높았고요. “퇴직금을 IRP로 옮기면 수수료를 더 뜯긴다”는 걱정으로 일시금을 택하는 분이 있는데, 적어도 이 통계에서는 근거가 없습니다.
이 유형별 표는 2023년말 기준입니다. 2026년 5월에 나온 최신 보도자료에는 제도유형별 수익률이 따로 실리지 않아, 유형 비교로는 이 값이 현재 확인 가능한 최신치입니다.
2025년말 — 적립금이 500조를 넘었습니다
가장 최근 통계(2026년 5월 20일 배포, 2025년말 기준)의 숫자입니다.
- 적립금 501.4조 원 — 전년말 431.7조 원 대비 16.8% 증가
- 연간 수익률 6.5%(역대 최고)
- DC·IRP 비중 54.3% — DB는 감소세
-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 적립금 53.3조 원, 수익률 3.7%
- 같은 디폴트옵션 안에서도 중립투자형 10.8%, TDF 13.7%
마지막 줄이 이 글에서 가장 실용적인 대목입니다. 디폴트옵션 전체 수익률은 3.7%인데, 그 안의 중립투자형은 10.8%였습니다. 같은 제도 안에서 어느 유형을 지정했느냐로 크게 갈렸다는 뜻이에요. “디폴트옵션을 걸어놨으니 됐다”가 아니라 어떤 유형으로 걸어놨는지가 실제 결과를 만듭니다.
DC형의 가장 흔한 실수 — 예금에 방치
DC형인데 계좌를 열어보지 않고 원리금보장상품에 그대로 두는 경우가 정말 많습니다. 손실은 안 나지만, 물가상승을 못 따라가면 실질 가치는 줄어듭니다. 위 통계에서 DC 평균 5.79%와 디폴트옵션 3.7%의 거리가 대체로 이 방치 비용에 해당합니다.
반대로 전부 위험자산에 몰아넣는 것도 답이 아닙니다. 위험자산 한도가 있습니다. 고용노동부 보도자료(2022년 7월)에 “기존 위험자산한도(70%) 규제”라는 표현이 나오고, 같은 문장에 예외도 함께 적혀 있어요 — “사전지정운용방법은 적립금의 100%까지 운용이 가능하다”. 디폴트옵션으로 지정하면 70% 벽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같은 디폴트옵션 안에서도 어느 유형을 지정했느냐로 결과가 갈립니다.
IRP는 뭐가 다른가
IRP(개인형 퇴직연금)는 내가 직접 만드는 계좌입니다. DB·DC가 회사를 통해 가입되는 제도라면, IRP는 개인이 여는 그릇이에요.
- 이직·퇴직할 때 받은 퇴직금을 담는 그릇 역할을 합니다.
- 재직 중에도 추가 납입이 되고, 연금저축과 합산해 연 900만 원까지 세액공제 대상입니다.
- 55세 이후 연금으로 받으면 낮은 연금소득세가 적용됩니다.
세액공제 쪽 숫자와, IRP와 연금저축의 중도인출 요건이 서로 다르다는 함정은 연금저축·IRP 세액공제 글에 원문 인용과 함께 정리해 뒀습니다.
퇴사할 때 — 일시금과 연금의 차이는 10%p입니다
퇴직급여를 일시금으로 찾으면 퇴직소득세를 그대로 냅니다. 연금으로 나눠 받으면 감면이 붙어요. 금융감독원 파인의 은퇴설계 안내(2025년 2월)에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퇴직급여를 연간 연금수령한도 이하로 수령하는 경우 10년 차까지는 퇴직소득세의 30%가 감면됩니다.”
“11년 차부터는 퇴직소득세의 40%가 감면되어 약 10%p 추가 절세가 가능합니다.”
여기서 자주 놓치는 지점 — 10년을 채우고 나서가 더 유리합니다. 감면율이 30%에서 40%로 올라가기 때문에, 딱 10년으로 끝나게 설계하면 가장 좋은 구간을 못 쓰고 끝냅니다. 수령 기간을 11년 이상으로 잡을 수 있는지 따져 보세요.
| 수령 방식 | 퇴직소득세 |
|---|---|
| 일시금 | 감면 없음 |
| 연금 수령 — 1~10년 차 | 30% 감면 |
| 연금 수령 — 11년 차부터 | 40% 감면 |
내 퇴직금이 대략 얼마인지는 퇴직금 계산기로 먼저 잡아보시고, 그 돈이 노후 생활비의 몇 달치인지는 노후 생활비 실제 금액과 견줘 보세요.
감면율을 햇수 축에 올려 보면, 10년째와 11년째 사이에 계단이 있습니다.
퇴사 전 체크리스트
- IRP 계좌를 미리 개설 — 퇴직급여는 IRP로 지급되는 것이 원칙입니다.
- DC라면 마지막에 한 번 운용 내역을 확인 — 예금에 방치돼 있지 않은지.
- 수령 기간을 11년 이상으로 잡을 수 있는지 계산 — 감면율이 10%p 올라갑니다.
- 건강보험료를 함께 계산 — 퇴직 직후 고정비가 가장 크게 흔들리는 항목입니다. 퇴직 후 건강보험료에 정리해 뒀어요.
- 연금 개시까지의 공백도 함께 — 정년과 연금 개시 사이가 최대 5년입니다.
DB와 DC 사이에서 헷갈리는 것
DB에서 DC로 바꿀 수 있나요?
회사 규약에 따라 가능한 경우가 있습니다. 다만 DC에서 DB로 되돌리는 것은 대체로 어렵습니다. 바꾸기 전에 임금상승 전망을 먼저 따져 보세요.
회사가 망하면 퇴직연금도 사라지나요?
퇴직연금은 외부 금융기관에 적립되므로 회사 사정과 분리됩니다. 이것이 제도의 핵심 취지예요.
중간에 찾을 수 있나요?
원칙적으로 제한되고, 법에서 정한 사유에만 중도인출이 허용됩니다. 인출할 때 붙는 세금은 연금 수령 시 세금 글을 함께 보세요.
DC형인데 뭘 골라야 할지 모르겠어요.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이 그 답으로 만들어진 제도입니다. 다만 디폴트옵션 안에서도 유형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랐습니다 — 2025년말 기준 전체 3.7%, 중립투자형 10.8%, TDF 13.7%. 지정만 해두고 유형을 확인하지 않으면 의미가 반감됩니다.
내 퇴직연금이 어디 있는지 모르겠어요.
가입한 금융기관에 문의하거나 회사 인사팀에 확인하는 것이 가장 확실합니다. 온라인 통합조회 서비스는 주소가 바뀐 적이 있어 이 글에서는 링크를 걸지 않았습니다.
근거로 삼은 자료와 확인처
- 고용노동부 — 퇴직연금제도 안내. DB “퇴직급여가 사전에 확정”, DC “연간 임금총액의 1/12로 사전에 확정”이라는 정의 문장의 출처입니다.
- 고용노동부 — 퇴직연금 통계 보도자료(2024년 5월 16일 배포, 2023년말 기준). 수익률 DB 4.50 / DC 5.79 / IRP 6.59%, 총비용부담률 DB 0.323 / DC 0.508 / IRP 0.318%가 여기 있습니다.
- 고용노동부 — 퇴직연금 적립금 500조 돌파(2026년 5월 20일 배포, 2025년말 기준). 적립금 501.4조(전년말 431.7조, +16.8%), 수익률 6.5%, DC·IRP 비중 54.3%, 디폴트옵션 53.3조·3.7%, 중립투자형 10.8%, TDF 13.7%의 출처입니다.
- 고용노동부 — 퇴직연금제도에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가 도입됩니다(2022년 7월 5일 배포). “기존 위험자산한도(70%) 규제에도 불구하고 사전지정운용방법은 적립금의 100%까지 운용이 가능하다”는 문장이 여기 있습니다.
- 금융감독원 파인 — 금융꿀팁 제157화 — 은퇴준비자의 연금설계(2025년 2월 21일). 퇴직소득세 10년 차까지 30% 감면 / 11년 차부터 40% 감면의 출처입니다.
2026년 7월 기준으로 작성했습니다. DB·DC 정의, 제도유형별 수익률·비용률, 2025년말 적립금과 디폴트옵션 수치, 위험자산 70% 한도와 예외, 퇴직소득세 감면율은 모두 위 자료에서 확인했습니다. 다만 제도유형별 수익률·비용률 표는 2023년말 기준이며, 최신 보도자료(2026년 5월)에는 유형별 수익률이 실리지 않아 그보다 최근 값은 대조하지 못했습니다. DB·DC 전환 가능 여부와 중도인출 사유는 회사 규약과 개별 사정에 따라 다르므로 인사팀·가입 금융기관에 확인하세요. 이 글은 투자·재무 자문이 아닙니다.


